2010. 10. 10. 02:11
오롯/문화 누리기
간만에의 대학로 나들이였습니다.
한동안 바빠서 오페라, 뮤지컬, 연극은 거녕 영화 한 편 보기도 어려웠는데... 간만에 연극을 보게 되었네요. 연극의 장점은 역시 가까운 곳에서 극을 볼 수 있다는 것일텐데요. 배우들의 섬세한 호흡과 카메라 앵글에서는 잡히지 않는 소소한 표현 하나하나도 자신의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지요.
아무튼, 간만의 연극이었기에 많이 기대를 하였지만...
사실 또 마냥 기대만은 할 수가 없었던게... 간만에 보는 연극이 혼자 보는 연극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전 소소한 일상 게시판에도 썼듯, 이 작품에 대한 인터넷 평이 그리 좋지 않고 소재가 소재인지라(기생충) 주변의 꽤나 문화생활 한다는 분들께서도 다소의 난색을 표하더라구요.
더군다나 약속 중의 일부로 만들기엔 저의 이번주 토요일은 너무 버거워서, 연극 딱 한 편 보고 헤어질 시간 뿐인데, 제 쪽에서도 말을 꺼내기가 힘들더라구요.
저야 이런 소재 또한 충분히 즐겁고, 또 모험을 즐기지만! 저의 취향과 모험심까지 부담하게끔 할만한 용기가 저에게 없는지라, 고민 끝에 혼자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극은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지레 겁먹고 혼자 간 게 아쉬울 정도로요^^
(더군다나 생각지도 못한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 덕에 극을 보며 궁금했던 점을 해소할 수 있었네요. 좋은 하루였어요. 후후후.)
soulian은 어떤걸 보았을까?
포스터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 줄거리
경남 어딘가의 한 대학 연구실. 그곳에서는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도 친숙하지는 않은 기생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날 이 연구실에는 한 낯설고 불편한 여자 A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그녀는 연구실에서 일 잘 하기로 소문난 한 연구원 B의 아내입니다. 그녀는 그 연구실의 다른 연구원에게 부탁해서 기생충에 대해서 막 배우고 있는 참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은 왠지 그저 불편함과 어색함으로 가득해있는데요. 그녀의 남편 역시 이런 상황 속의 아내를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실 A는 그런 와중에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누게 되는 그네들의 삶의 단편들. 어느새 그들은 기생충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줄거리를 극 홈페이지에서 퍼오는게 가장 정석적이겠지만, 사실 극 홈페이지의 설명은 제가 볼 때에는 다소 극과 맞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름 정리해보았는데... 또 이게 주관적일까봐 극 홈페이지의 설명도 곁들어보자면^^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 극 홈페이지 상 줄거리
남해 바다를 끼고 있는 경남 지역 한 대학의 기생충학 연구실. 최근 서울의 대학에서 적을 옮겨온 연구원 진일의 아내 리은이 기생충에 대한 수업을 받고 있다. 이 이례적인 수업이 지방으로의 전근 때문에 부부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을 메워보기 위한 리은의 작은 몸부림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연구원들은, 여전히 냉담한 진일을 대신해 리은에게 기생충의 세계에 대해 친절히 알려주려 한다.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진중하게 흘러가는 수업 속에서 숙주에 철저히 기생하기 때문에 숙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기생충의 생존방식에 대한 연구원들의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견해들이 오고 가고……. 수업의 끝자락, 리은과 진일은 자신들의 관계를 기생충과 숙주와의 관계에 비추어 보며 관계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를 함께 보면, 조금 더 극을 이해하기 좋겠죠?
왜 제가 적은 줄거리는 A, B이냐면, 저는 왠지 극 중 이름을 잘 기억 못합니다. 영화를 볼때도 정말 감명깊게 보았다고 해도 '아, 그... 그 사람 있잖아. 그 역!' 이렇게 저의 감명을 표현할 수 밖에 없죠. 아마 극을 볼 때 얼굴로 사람을 알아보니까 이름은 그냥 있고 저 얼굴은 그 캐릭터로 기억해서인가 봅니다.
등장 인물들 : 좌로부터 남편/연구실 막내/연구실 여성(이혼-이거 적어도 되나?)/아내/연구실 선배
아무튼, 이 연극은 모 피자 여성들을 위한 이벤트에서 비록 여성은 아니지만 그 피자를 주문한 당당한 고객으로서 응모해서 제 이름과 제 성별(응?)로 초대받은 연극이었습니다. 밝히는 이유는, 어쨌든 돈을 주고 본 작품과 초대 받은 작품은 보는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에, 그런 점을 감안해주십사 하고^^
soulian은 왜 보았을까?
1. 우리의 사랑은 기생충과 다른가?
제가 이 극을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사랑을 기생충과 대비시켜 놓았을 것이라는 연극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이 연극에 대한 소개 가운데 '아낌없이 뺏는 것이 오히려, 사랑 아닐까요?'라는 문구가 있는데, 저는 이 문구가 의아했거든요. 우리의 사랑이 기생충과 비교 받아야 하나? 삶이 기생충 같을진 몰라도, 사랑에 기생충이...? 저는 그 행간에 숨겨진 극의 의도가 궁금했습니다.
취향 참 독특한가요?^^;
2. 대체 이 극과 극의 평들은 뭔데?
연극을 응모하기전 찾아본 평들. 저는 이미 1번의 이유에 마음을 사로잡힌지라 나쁜 평들은 다 건너갈 수 있었지만 사실 평들이 안 좋은 경우가 많더군요. '이해할 수 없다.', '난해하다.', '90분이 세시간 같다.' 이쯤 되면 포기할만도 한데, 그럼에도 이 연극을 흡족해하는 평가들도 있다는겁니다. 이쯤 되면 저는 갈 이유를 하나 더 찾은겁니다.
역시, 취향이...!
3. 어쨌든 공짜. 양잿물보다 더 하겠어?
공짜란 표현은 실은 실례이지요. 그 분들의(연출자/연기자/관계자) 노력과 헌신은 분명 엄청난 가치를 가진 것이니까요. 다만, 보는 입장에서는 관심 있지만 걱정되는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메리트입니다. 1번과 2번 이유에서 망설이던 저는, 3번에서 당연히 오케이를 날릴 수 밖에 없었죠!
soulian은 어떻게 보았을까?
1. 긴장이 넘친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연극을 어려워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극에 넘치는 긴장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의 플롯 상의 긴장이 아닌, 여주인공이 발산해내는 긴장입니다. 이 긴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낯선 상황에 처한 움추러든 한 개인의 긴장감'인데 이 긴장감이 극의 거의 전반에 걸쳐서 팽배합니다.
가뜩이나 적응 못하는 자신의 새로운 터전. 그 터전에서의 삶 속에 남편이 일하는 직장에 찾아가 남편 후배 동료에게 부탁해서 무언가를 배우고, 더군다나 숯기 없어보이는 그런 사람이 그 연구실에서 오랫동안 이런저런 알력다툼, 인간적인 투닥거림을 나누던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하나하나가 얼마나 자신을 움추러들게 했을까요. 아마 비슷한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사실 이런 긴장은 유쾌하지 않죠. 저도 극을 보면서 가끔 좀 머리가 아플때가 있었습니다. 그 긴장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극 자체가 숨이 막히는 듯 한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런 긴장이 극의 일부라는 점에서 사실 그 긴장이 이렇게 잘 느껴진 것은 극 자체로 보자면 극의 성공인거죠.
개인적으로 궁금하더군요. 궁금한건, 아래에서!
긴장감이 가득한 극의 풍경(출처 : 연합뉴스)
2. 단조로움이 극에 주는 극과 극의 느낌
우선 이 연극이 극과 극의 평을 받은 이유는 극을 보니 너무 쉽게 보여졌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극이 너무나도 단조롭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단조로움은 마치 실제 한 연구실을 떼어다가 놓고 '자, 여길 보시오' 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도 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혹자는 집중을 하며 소소한 하나하나에 집중을 할 것이고, 혹자는 지루함을 느낄 것입니다. 아마 이는 소소한 일상의 한 순간 순간과 미묘한 감정 등을 잘 읽기 바라는 마음에 의도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극에서 주로 바라보게 되는 여주인공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에 지쳐 심약해진 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심약함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극은 결코 판타지스럽거나 과장되게는 풀지 않지요. 그러다보니 단조로움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인것 같습니다. 사실 이로 인해 극의 중반부까지 극의 각 인물들은 개성 자체가 없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사실 그들이 가진 각각의 개성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은 '조금씩은' 과장한 모습임에도 말입니다.
제게 이러한 단조로움은 어땠냐구요? 1번에서 적었듯, 극이 주는 불편감에 흠뻑 빠질 정도로 유용하게 단조로움을 이용했습니다. 단조로우니 극 속 상황의 불편감이 몇 배로 제게 오더군요. 그래서 극이 더 즐거웠습니다.
다만 이러한 단조로움이 일부는 일본의 원작을 한국 상황으로 옮겨오면서 생기는 괴리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출가 분은 이 극을 준비하시면서 일본의 원작을 한국 상황으로 옮겨오고자 노력하셨다고 하셨는데, 사실 캐릭터들은 일본인들이 흔히 보여주는 극 속의 성격을 많이 닮은 듯 하더군요.
3. 재미나다! 단, 뭔가 공부하는 각오를 할 부분이 필요한가보다.
긴장감과 단조로움이 피할 수 없는 극을 즐기기 위한 불편함이었다면, 나머지 극은 참 재미났습니다. 저는 'ㅋㅋㅋㅋ 몰입 ㅋㅋㅋ 몰입ㅎㅎㅎ 몰입 ㅋㅋㅋ 잠시 딴생각 ㅋㅋㅋ 몰입 ㅋㅋㅋㅋㅋㅋㅋ 몰입 ㅋㅋㅋㅋ 몰입 ㅋㅋㅋㅋ 헉!!!!!! 곰곰곰 ㅋㅋㅋㅋ 후후후후 오호 우훔' 하며 극을 봤습니다.
다만 '자유롭지 않게 공부하기'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 극이 귀에 안 들어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래도 생소한 기생충을 소재로 하다보니 기생충에 대한 소개도 나오고 더군다나 그 기생충들의 이름은 정말 '생소'하니까요. 그나마 생명과학 쪽을 복수전공하며 쌓아둔 지식이 이 연극을 보는데 도움이 되었나봅니다. 근데 사실, 뭐 그렇게 각오가 필요해보이진 않습니다. 그냥 기생충에 대한 설명에 귀기울일 마음만 있으시다면 이 극은 충분히 ㅋㅋㅋ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요. 무엇보다 연구실 막내의 고군분투는 즐겁고, 연구실 사람들의 작고 재미난 다툼도 즐거웠습니다.
다만, 철지난 황정음의 "됐고"는 즐겁지 않았어요! 라고 말하면... 열심히 극 준비하신 분들 상처받으실지도... 죄송합니다. 물론 이 글은 안 보시겠지만...^^;
4. 그러니까 기생충이랑 사랑이랑, 뭐?!
사실 기생충과 사랑의 관계는 극의 마지막 대사 하나에서 넌지시 들어났을 뿐... 사실 제가 기대한 기생충을 통한 사랑의 고찰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공생을 바라지 말고, 기생을 먼저 생각하는건 어때?"
사실 이 극은 이 순간 약간 전 부분을 계기로 반전되는데요. 그전까지 답답하고 불편한 극이 어느순간 평온해지고 따스해집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 대사가 매우 마음에 들었구요. 이 대사는, 연구원 선배가 남편인 연구원에게 아내가 환경을 갑자기 바꿔 어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넌지시 건넨 대사인데요. 무조건적인 공생, 너는 이만큼 나는 이만큼이 아니라, 때로는 내가 다소 양보하여 그가 살 환경을 먼저 주어주고 그를 키우고 그 다음에 서로가 더 보다듬어 가는 것을 바랄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습니다. 경남이라는 시골(응?)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아내를 '일단 서울로 혼자 보내'려는 남편의 결심에 대한 충고였죠.
사실 저는 이 대사 하나로 이 극의 기나긴 긴장감과 불편감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사랑'에서의 '기생'에 대한 무언가 제가 바란 '장황한' 답은 없더군요. 어쩌면, 그 장황함은 애초에 이 극에서 배제되었던 것 같습니다.
5. 과학과 연극의 융합?
저는 사실 이런 주제를 그다지 염두해두지 않고 극을 보러 갔습니다. 말그대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기생충'으로 풀어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극은 '과학'과 '인문학-연극-'을 융합하는 작업이 그 의미 중에 하나더군요.
어쩌다보니 저는 지금 인문학과 과학을 함께 전공하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길게 하고픈 말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우선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연출가분들이 그 '융합'을 고민한 흔적은 좋으나, 그렇다고 그 융합이라는 부분에 압도당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과학도 연극도 주어지면 기꺼이 받아드릴 수 있는 부분일테니까요. 라고 뭉뚱그려 써놓고 언젠가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soulian은 어떻게 느꼈을까?
무엇보다 이 극은 위에 언급한 한 마디로 축약해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공생을 바라지 말고, 기생을 먼저 생각하는건 어때?"
사실 저는 이 극을 보기 전에 사랑을 기생에 표현한다는 것이 '대단히' 불쾌했습니다. 저는 사랑과 기생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극을 보면서 '입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극에서는 기생을 크게 세 가지 요소로 나눕니다. 기생을 하는 '아낌 없이 빼앗는' 기생충, 기생 당하는 최종 숙주인 '숙주', 그리고 기생충이 숙주로 가는 길에 거쳐야 하난 '중간 숙주'
예를 들어 한 조류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조류의 몸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민달팽이의 몸에 들어가서 민달팽이를 조종해 조류에게 먹히게 하고 자신은 조류의 몸속에서 살아가게 합니다. 이 경우 누가봐도 기생충은 나쁜 놈이지요. 왠지 조류보다 민달팽이가 더 불쌍하게 여겨지고요.
이러한 설명을 하며 연구원들은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보라고.
솔직히 저는 어쨌든 기생충은 나쁜 놈입니다. 적어도 제가 숙주이거나 제가 아는 생명체가 숙주인경우. 심지어 저 또한 그러한 기생충에 범주에 든다고 해도 말입니다. 기생이 아닌 공생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이런 도덕적인 판단까지!).
하지만 사실 인간들의 세상은 그리 딱딱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입장에서 보는 기생충은 우리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기생하는 몹쓸 놈들이지만.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지만. 인간들은 그저 기생과 비기생(엉?)으로 나누기엔 서로 주고받는 것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극은 '감당할 수 있는 기생, 이해할 수 있는 기생, 그리고 기생에서 나아간 공생'에 대한 의의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말입니다.
쓰다보니 분명히 연극 소개문은 아니게 되었군요. 정말 연극 감상문이 되었습니다. 아, 연극 봤다고 넌지시 이야기하고 나름 평이하지만 임팩트 있는 연극 감상 및 소개문을 쓰고 싶었는데. 이게 저의 한계인가봅니다.
그리고 글은 마쳐가네요.
그러므로?
저는 이 연극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불편감 속에서도 유쾌하게 풀어갔습니다. 비록 자극적인 즐거움은 없었지만 잘 들여다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많은 연극이었습니다. 비록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하게 조금 더 친근할 순 없었나? 라는 아쉬움이 드는 점도 있었지만 쉽지 않은 접근에도 의의를 두고 계신 연출자분들이시라면 그런 아쉬움은 그냥 아쉬움이겠지요. 쉽지 않은 접근일지라도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은 분명 존재하고, 그런 즐거움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연극도 필요하고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까요.
접근하기 힘들어서 보기 어려운 것과, 정말 너무 엉성한 나머지 재미 없어서 보기 어려운 것은 다른데. 적어도 이 극은 엉성하진 않습니다.
저는 이번 극을 보고 나서 '과학을 녹여낸 연극'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적어도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는 인문학적 입장에서 그런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 비록 과학 자문분들이 존재하였다고는 하지만, 그 분들은 자문했지 이 극에 과학적인 무언가를 불어넣은 것은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결국 극은 연출가의 몫이니까요. 연출가분들이 과학적인 접근에 상당히 흥미를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이전 작품 그리고 이번 작품을 디딤돌 삼아 더 나은 접근으로 또 다른 극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어주시길, 그런 기회가 생기길 진심으로 바라여봅니다.
오는 9월 10일 대학로 공연을 끝으로 부산에서 상연된다고 하네요. 혹시 소소한 즐거움을 좋아하시는, 약간의 공부하는 느낌도 괜찮으신 분이라면, 저는 이 극을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극 중에 고래가면(뭘까?)이 등장하는데요.
저 사실 그때 갑자기 극이 호러물이 되는 줄 알고 정말 심장이 쿵쾅쿵쾅.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가님이 말씀해주신 의미도 의미였지만(스포일러 방지)...
저는 그 고래가면, 인물들을 도와주려고 등장한 용왕님인줄 알았어요. 실제로 그 고래가면 등장 후에 극이 술술 풀려나갔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고래가면님, 감사합니다. 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
근데 연출가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관객분들이 느끼신 것이 답일거라고. 그게, 답이겠죠^^
용왕님, 제 블로그에도 와주셔서 제 블로그 좀 살려주실래요? 네?
긴장 끝에 찾아온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출처 : 엲합뉴스)
졸립니다.
이제 자야겠어요.
잘 모르겠고, 일단 글이 깁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공감을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랄까요. 이 글은 이 연극을 보려는 분보다 보신 분이 편하게 보실 수 있는 글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네요.
그럼에도 무사히 쓴 것에 감사하며... 더 나은 글을 써서 더 많은 분들과 공감할 날을 바라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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