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 16:18
오롯/마실 떠나기
가끔씩 음식점을 삼고초려할 때가 있습니다.
꼭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어딘가 이 곳에서 한 번 먹어보고 싶다 싶은 가게가 있어서 어느날 들렀는데 자리가 없다거나 그날이 휴일이라던가...
바로 며칠 전에서 홍대 근방의 핫초코 전문 카페가 있길래 들어가보니 이미 만석이라 테라스 자리 밖에 없었던지라, 안타깝게도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얼마전 받은 카라멜 프라푸치노 기프티콘을 이용하여 제 속을 달랬더랬지요. 다행히 달게 해주십사 하는 요청에, 바리스타 분이 정말 달게 카라멜 시럽을 쏟아(!)주셔서 핫초코를 못 먹은 것에 대한 위안과 더불어 이리 단 것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요즘 들어 유난히 단게 땡기는군요. 날이 추워져서 그런걸까요?
아무튼, 보통 이렇게 애써 찾아간 곳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 자주 가는 동네가 아니라면 사실 잊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또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그러니까 늘상 오가는 동네에 있는 가게라면 언젠가는 다시 들르게 됩니다. 아니, 저는 사실 언젠가라기보단, 사실 못 참고 바로 다음 방문 시에 그 가게부터 들르곤 하지요^^
오늘 전해드릴 마실 추천기의 트루코리안 비밥하우스도 그러합니다.
정말 '삼고초려' 끝에 방문을 하게 된 곳이죠. 모 쿠폰 발행지에 나온 광고를 보고선 왠지 마음이 동해서 꼭 한 번 들러야겠다 들러야겠다 하던 틈에, 자주 놀러가는 홍대를 빗겨 신촌으로 향하면 이 곳을 들러보았습니다. 그런데 굳게 닫힌 문. 가게가 지하인지라, 더 휭해보이더라구요. 사실, 두 번째 방문때에도 문이 닫혀있었을때는 혹시 개점휴업 상태신가... 라고 괜히 오지랍 넓은 걱정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그러니까 이번 중간고사를 얼마 앞두지 않은 날, 무작정 신촌으로 내달렸습니다. 실은 그때 저는 또 하나의 찍어둔 가게엔 쭈꾸미 비빔밥집을 노리고 간 거였는데, 마침 그 가게가 휴일이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찾은 곳. 트루코리안 비밥하우스. 그리고 그 날, 다행히 삼고초려의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한껏 예를 갖춘 맞이
이 가게에 들러 가장 놀랐던 것은, 바로 종업원분들이 보여주시는 응대 예절이었습니다.
첫 날은 남자 요리사분께서 서빙을 맞아주셨는데요. 조금 쑥쓰러울 정도로 하나하나 차근히 설명해주시고 배려 깊게 서빙에 임해주셔서 사뭇 놀라기도 하고 했습니다.
사실 음식점은 1. 맛 2. 가격 3. 서비스의 세 박자가 우선 순위 없이 뒤섞여서 그 가게가 몇 점인지를 나타내곤 합니다. 사실 맛이나 가격에 비해서 서비스는 많은 분들께 후순위인 경우도 많은 것 같지만, 저는 또 그렇지 못해서. 사실 맛과 가격이 만족스럽더라도 서비스가 아니다 싶으면 그 가게는 다시 찾지 않게 됩니다. 그 맛이 과연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보여주는게, 바로 서비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한껏 세련된 응대를 보여주시는 남자 요리사 분께 가게 분들이 참 친절하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이러한 친절도 사장님의 경영 철학이라고 하시더라구요. 흠, 듣는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울 수 밖에요^^
요 사진은 샐러드-음식-디저트 사이마다 한번씩 식탁을 닦아주시는 센스에 감탄해서 찍은 사진
왠지 밤에만 여는 호프를 하고 있을 것 같은 가게 외향
이것은 사실 칭찬은 아니고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 이 가게를 찾아 들어가시려고 하면 상당히 고민하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신촌 번화가에서 조금 빗겨나서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가게는, 들어가는 입구까지는 왠지 모르게 썰렁하게 느껴지거든요. 실은 앞선 두 번의 방문 때 그런 이유로 혹 가게가 개점 휴업 상태인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물론 가게 내부는 전혀 그러하지 않습니다. 내부는 깔끔하고 수수한 듯 하면서도 정갈합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외향에. 손님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첫 번째 식사 후 재방문 시에 함께 방문한 저의 지인 분께서는 가게의 외향이 다소 우려를 표하시더군요.
"여기, 맛있는거 맞지...?"
"물론! 나~ soulian이야!"
혹 사장님께 저의 텔레파시가 통한다면, 가게 입구를 조금만 더 세련되고 눈에 띄게 만들어보시는건 어떨까요? 라고 텔레파시를 보내보고 싶습니다. 트루코리안 비밥하우스라는 세련된 이름을 가게 외향에서부터 풍긴다면 더 멋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이제는 가게의 메뉴 이야기를 좀 해 보아야 겠군요.
제가 가게를 방문하며 먹어본 메뉴들은 전병 샐러드(정확한 명칭 잊음), 치킨 비빔밥, 쇠고기 비빕밥, 디저트였습니다.
주된 메뉴는 비빔밥입니다.
비빔밥은 크게 비밥 진, 비밥 섭, 비밥 삼, 비밥 정이 있는데요.
'비밥진'은 쇠고기 구이가 올라간 간장 소스 비빔밥.
'비밥섭'은 치킨 튀김이 올라간 간장 소스 비빔밥.
'비밥삼'은 돼지고기 고추장 볶음이 올라간 비빔밥.
'비밥정'은 야채와 고추장으로 맛을 낸 비빔밥입니다.
그 외에도 추가 메뉴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가볍게 먹을만한 샐러드가 있었습니다.
첫 날 방문 때는 삼고초려 기념 서비스로 샐러드를 주셨었는데요. 크리미한 소스에 야채, 그리고 특이하게도 전병이 올라가있는 샐러드였습니다.
참 샐러드 : 전병이 얹어진 특이한 샐러드
흔히들 쌀과자로 알고 계실, 전병 조각이 얹어진 샐러딉니다.
우선 고소하고 크리미한 느낌의 드레싱과 야채는 참 잘 어울어졌습니다.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늘상 샐러드를 먹을때 뭔가 부드러운 토핑과 함께 했던지라(예를 들면 닭가슴살이나, 기타 부드러운 식감을 주는) 전병과 샐러드의 만남이 신선하긴 하였으나 왠지 조금은 뭔가가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샐러드에서 빵이 샐러드에 얹어진 경우에는 그 빵이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거나, 또는 아예 작은 크기로 다른 토핑들의 서브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샐러드의 다른 재료들과의 어우러짐으로 샐러드맛을 돋우는 역할을 빵이나 크래커가 합니다.
다만 이 샐러드의 경우 전병과 야채, 그리고 드레싱만으로 재료가 한정되다보니 드레싱과 야채의 어우러짐에 집중이 되긴 하였지만, 왠지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삭한 야채와 바삭한 과자, 거기에 크리미한 소스이다보니,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샐러드와는 조금 다른 메뉴가 나온 것 같습니다.
괜찮다면 과일이나 기타 잘 어울릴만한 메뉴가 조금 더 들어가거나, 또는 과자를 더욱 얇게 저며서 넣는 등의 조금의 개량이 있다면 더 찾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샐러드 메뉴가 하나의 식사 메뉴급으로 나오게 된다면 고려할만한 것이겠지요.
다만 주전부리로서는 상당히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반주를 할때에 약간 곁들여먹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맛이 고소하면서 바삭해서, 메뉴라고 생각하지 않고 주전부리라고 생각하면 자꾸 손이 갈지도!
비밥섭 : 치킨 튀김이 올라간 간장 소스 비빔밥
오호, 첫날 먹고 다음 방문을 바로 머리 속에 그리게 만든 그 메뉴입니다.
우선 얹어진 것은 약간의 튀겨진 닭고기입니다. 사실 메뉴를 딱 앞에 두고나서 든 생각은, 왠지 일식 덮밥 같은 느낌이다라는 것입니다. 아마 일식 덮밥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식 덮밥의 경우에는 고기가 참 탐스럽게 올려져 있어서, 비벼 먹는다기보단 모아 먹게 되는데요(밥따로 고기따로 야채따로 올려서 한꺼번에 먹는).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 처음 한 입은 비비지 않고 먹어보았답니다. 그런데 사실 그때의 맛은 심심했어요.
그래서 '비벼보니' 오호, 놀랄만큼 담백하고 맛난 비빔밥이 제 입을 채우더군요! 비빔밥이라는 이름을 지키는 메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우리가 흔히 먹는 비빔밥도 따로 먹으면 그저 각각의 반찬에 불과할지 모르는, 숟가락에 함께 올려놓고 먹으면 그냥 각각의 반찬을 한꺼번에 맛보는 수준에 그칠지 모르는 반찬들을 '비벼서' 어우러지는 맛을 나타내는 것이 매력인데요.
이 곳의 비빔밥 또한 비비고나니 고기의 적당한 기름진 맛과 야채의 담백한 맛 그리고 간장 소스의 달콤짭짜름한 맛이 잘 어우러지니, 정말 맛이 나더군요. 소박한 듯하지만, 담백한 맛이 입맛을 당기게 했던 메뉴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삼고초려의 이야기를 들으신 요리사분이 닭고기를 특별히 많이 올려주셨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훗훗훗.
아는 형님께서도 담백한 맛이 마음에 드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닭고기가 약간 튀겨져 나와서 기름질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구요. 야채 때문일까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고, 또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요약 : 적당히 튀겨진 닭고기와 간장소스의 적절한 어우러짐. 비벼야 참 맛이 느껴지는 진짜 비빔밥. 야채와 적당한 배합이 만들어내는 담백한 맛이 좋다.
비밥진 : 소고기 구이가 올라간 간장 소스 비빔밥
미안해요. 배고파서 사진 찍을 생각도 안 하고 비비다가 생각나서 찍었어요.
두 번째 방문 때, 아는 형님께는 위의 닭고기 비빔밥을 권해드리고 저는 다른 메뉴인 소고기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우선 '호주산' 소고기라는 점에서, 절대로 원재료로 속이거나 할 가게는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주문을 했구요. 개인적으론 어느 리뷰에든 소고기 메뉴에는 원산지를 표시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soulian입니다. 맛있다 그래서 잔뜩 기대해서 찾아간 가게에 앉아보니 소고기가 미국산인 경우. 사람에 따라 당황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잠깐 이야기가 옆길로 새었는데요. 다시 본류로 돌아가서...!
저는 사실 소고기 비빔밥이라고 해서 고추장 비빔밥을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비빔밥의 양념장 자체가 소고기로 맛을 낸 경우가 많다보니, 당연히 소고기 비빔밥 = 고추장 비빔밥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간장소스 비빔밥이더군요.
고기는 구워서 약간 두툼하게 나오는데, 두툼한 고기 덕에 비빔밥을 먹을 때 식감이 더욱 살아나서 좋았습니다. 구운 고기이다보니 위의 닭고기 비빔밥보다 더 담백한 맛이 나서 좋기도 했구요.
이날 서빙을 해주신 여자 종업원 분께서 두 메뉴 다 간장 소스 비빔밥이라 그런지 고추장 비빔밥에 들어가는 '약고추장'을 조금 덜어주셨어요. 비빔밥에 약간 섞어먹어보라고 하시면서.
또 안 해볼 수 없지요. 바로 약간 덜어서 한 쪽 귀퉁이에 약간의 밥과 함께 비벼보았습니다. 후릅. 저는 원래의 맛도 좋았지만, 약고추장과의 어우러짐도 좋더군요.
요약 : 두툼한 고기가 씹는 맛을 살려준다. 담백한 맛을 좋아한다면 좋아할 비빔밥.
꿈의 고향 : 바나나와 딸기로 데코레이션된 바닐라 아이스크림
서비스로 맛보았던, 디저트입니다.
처음 디저트 받을 때 전 참 쑥쓰러웠는데요.
"이 메뉴는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듯한...(중략) 앞으로도 늘 좋은 꿈을 가지고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된 디저입니다." 라는 꽤나 긴 멘트를 하시며 건네주시는 요리사님의 센스에...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도 모르겠고, 이거 듣고나서 나는 감탄을 해야하는 것인가 꿈을 꿔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였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일반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보였구요. 앞에 바나나가 반 조각씩 양쪽으로. 그리고 초코 시럽과 딸기를 얇게 저민 조각에 유청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요리사님 이야기처럼 참 달콤한 메뉴였어요^^
음식은 정성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음식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매개이기도 합니다.
저는 늘 그런 정성이 담긴 음식점을 찾고 있고...
그런 음식점을 만날 때마다 왠지 더 설레고 기쁘게 되네요.
트루코리안 비밥하우스는 아직 많은 손님들이 아는 곳은 아니고, 지리적으로도 다소 안타까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메뉴와, 구색이 갖추어진다면 앞으로 분명히 좋은 음식점이 되리라고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다음엔 고추장 양념의 비빔밥에 도전해보아야겠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비빔밥은 고추장 양념이 제일인거 같아서요!
다녀와서 보강해야지요^^
+
아참, 곁들이로 함께 나오는 무절임이 참 맛납니다.
밥이랑도 참 잘 어울려요^^
가시는 길
창서초등학교를 아신다면 매우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창서초등학교 맞은편(큰 도로 방면으로)에 보이는 건물의 지하에 있습니다. 바로 앞에 유인물이 세워져 있으니 잘 찾아보세요^^
바로 옆에는 보쌈집 등의 건물들이 있어요.
아참, 일요일은 쉰다고 합니다. 제가 삼고초려한 가장 큰 이유...!^^;
주메뉴
비밥 진 7000
비밥 섭 6000
비밥 삼 6000
비밥 정 5000
등의 메뉴가 있습니다.
soulian은 당신의 소중한 진심이 담긴 댓글을 늘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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