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2. 00:00
오롯/마실 떠나기
토요일 아침, 간만에 일찍 일어나 홀로 홍대 칩거를 준비 중이던 중에 제가 아는 사람들 통털어 가장 버거를 좋아하는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옵니다.
딩그링. 딩그링. - 메신저 울리는 소리
토요일 점심 간만에 버거가 급 땡겨서 그러니 함께 버거를 먹으러 가자더군요. 무려 한남동으로!
참고로 저녁엔 목동에서 약속이 있었고, 간만에 아무런 부담 없이 상쾌하게 토요일 점심을 홀로(!) 보내려던 저의 계획이 있었기에 사실 조금 망설였지만...
녀석이 "꽤 괜찮은 집이 있더라고, 가고 싶은데... 딩그링. 딩그링." 하기에(자기도 오후 3시에 광화문에서 약속 있는 녀석이, 그로부터 3시간 반 전인 11시 30분에 딩그링 딩그링 하다니!), 간만에 한 번 한남동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토요일 점심부터 버스타고 지하철 환승하고 한남동을 나가는 그런 남자가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토요일 점심 한산하던 합정역 6호선 라인엔 왠일로 그리도 사람이 많은지...
아무튼 친구를 득도 시키려고 15분 지각한(우리 집에서 한남동은 한 시간 넘게 걸린다. 이 나쁜 놈아! 15분 가지고 만나자마자 멀리서 온 친구를 타박하다니! 라고 친구에게 당당하게 말 못하는 이유는 사실 이 친구 만날 때 제가 좀 자주 늦었거든요. 미안해.) 저는 친구와 한강진 역 2번 출구에서 만나 버거집으로 향했습니다.
알고보니 순천향 대학병원 근처더군요. 크윽, 아픈 기억...
언듯 보기엔 작은 커피집 같은 분위기의 외관, 저기 득도한 제 친구가 보입니다.
가보니 벌써 자리가 거의 다 차있어서 좁은 자리 밖에 없기에, 제 친구는 야외에서 먹을 것을 권합니다. 아니 주장합니다. 날은 다소 쌀쌀했지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테라스로 나왔습니다. 옆에 있는 커피집에도 테라스에 나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찻길 가이지만 나쁘지 않은 느낌.
테라스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큰 매력입니다. 의자가 바나나 색이예요. 훗. 싱싱한 노란 바나나. 숙성된 검은 바나나.
서빙 보시는 분께서 참 열심히 움직이고 계시더라구요. 분주히 움직이시면서도 고객들을 찬찬히 신경 쓰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따로 무릎담요를 챙겨서 주시는 배려. 전 감동 받았어요. 흐흑...
태어나서 처음 찍어본 메뉴판 샷. 이게 다 블로그를 연 덕택입니다. 먹은 집 글 쓰면 메뉴와 가격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사진 설명에도 있듯, 아마 제가 메뉴판을 찍어본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엥겔지수의 탓인지, 맛집이다, 괜찮은 먹을거리가 있다 싶으면 저 역시 그런게 가격이 신경 쓰이거든요.
버거 가격이 꽤나 저렴한 편입니다. 물론 밥 한 끼보다는 더 비싼 가격이지만, 수제 버거는 비싼 곳은 1만원은 훌쩍 넘어가니까 사실 저는 수제버거에서 가장 신경 쓰는게 가격이랍니다.
고민 끝에 제가 선택한 메뉴는 바베큐 버거. 칠리버거와 치열한 경합 끝에 선택했습니다. 저는 늘 이 두가지를 놓고 고민해요. 바베큐 버거와 칠리버거. 보통은 조금 더 무난하면서 가게에서 신경쓰는 바를 잘 느끼게 해주는 바베큐 버거를 먼저 먹는 편입니다. 사실, 베이컨이 들어 있어서...(수줍)
더불어 점심 2시까지는 런치 메뉴가 되어서, 버거 가격에 +3000원 하면 감자 튀김과 탄산음료(캔),
+4000원 하면 감자 튀김과 커피(1회 리필 가능)를 제공해주는군요. 당연히 주문했습니다. 탄산음료를 주문하려다가 캔으로 나오는데다가 그래서 리필도 안 된다고 해서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나온 커피와 감자튀김. 친구의 세심한 배려로 프레임 안으로 담요가 담겼군요. 훌륭한 친구입니다.
먼저 감자튀김과 커피가 나왔습니다. 저는 따뜻한 커피, 친구는 냉커피(있어 보이게는, 아이스 커피)를 시켰답니다. 감자 튀김은 사실 그럭저럭. 저는 파파이스 감자튀김 신봉자로서 감자튀김은 안의 감자의 식감도 중요하지만 겉의 바싹함과 짭쪼름한 맛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데 밋밋한 감자튀김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럭저럭이 나쁘다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부디 알아주세요. 충분히 맛나게 먹었습니다.
커피의 경우에는 탄 맛(나쁜 의미가 아닙니다)이 느껴졌습니다. 커피 마시는 분들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더라구요. 부드러운 맛을 즐기는 분들(저는 여기에 속합니다), 탄 맛을 즐기는 분들. 커피만으로는 제 입맛은 아니었지만 곧 나올 버거와의 궁합은 이 탄 맛이 묘한 어우러짐을 나타내더군요.
기다리던 버거가 나왔습니다. 뒤에 감자튀김에는 감자 위에 곱게 뿌린 친구의 케찹질과, 한쪽 벽면에 뭉테기로 뿌린 저의 케찹질이 잘 표현되어 있군요. 저는 패스트푸드 가서도 케찹을 꼭 항상 + 1 한답니다.
버거가 나왔습니다. 제가 주문한 바베큐 버거입니다.
듬뿍든 야채와 토마토도 마음에 들었고, 패티도 군더더기 없었습니다. 베이컨의 전체 버거에 잘 어우러졌고, 먹으면서 이건 좀 이라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바베큐 버거답게 특유의 짭쪼름달콤한 소스 맛도 다른 재료들과 잘 어울려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빵의 달콤함과 그러한 달콤한 덕인지 느껴지는 촉촉함이었습니다. 버거에서 의외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게 바로 (어렸을 때 패스트푸드를 먹을 땐 분리한다면 늘 뒷전으로 밀려나는) 빵의 식감입니다. 이 곳 빵은 다른 버거집들과는 다르게 좀 달콤한 느낌이 강하더군요. 바나나그릴이라는 이름은 사실 그때문일까요? ... 아니겠죠?
사실 이점 때문에 저는 바나나그릴에서 버거를 드실때 이왕이면 탄산음료보다는 커피를 추천드립니다. 달콤한 도넛은 커피 덕에 맛이 더해진다지요? 마찬가지로 달콤한 빵이 사용된 버거에는 커피가 정말 좋은 궁합인 것 같습니다. 일단 리필도 되구요. 버거 먹고 앉아서 이야기 나누기에도 커피가 좋잖아요-_-!
이번엔 친구가 선택한 메뉴 머쉬룸(버섯) 버거입니다. 이 친구는 늘 머쉬룸 버거만 먹어요. 편식쟁이!
제가 맛을 보진 않은지라 친구에게 물어본 결과, 사진에도 보이지만 버거에 사용된 버섯이 상당히 잘게 잘려져 있어서 그점이 조금 아쉬웠다고 합니다. 뭐니뭐니해도 버섯의 풍미는 그 향과 쫄깃한 식감이니까요. 충분히 공감이 가더군요. 친구야 이번에 두 번째 방문이므로, 이미 맛에는 충분히 만족한 상태였지요.
함께 나오는 피클은, 양배추 등을 절여 곁들여 나왔습니다. 테라스라 차마 리필 시켜먹지 못한게 한이랄까요? 크윽... 그래도 커피는 제가 들어가서 리필해왔답니다.
달콤한 빵이 버거의 매력인 반면, 사실 그러한 달콤함은 맛에 쉽게 물리게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원체 수제버거들은 조그마한지라 물리기 전에 다 사라지지만, 먹고 난 다음에 입가심이 안 되면 뭔가 부담스러운 느낌이 나죠.
그러한 점을 탄 듯한 커피 맛이 적절하게 씻어내려가며 어우러짐이 이루어집니다. 흠, 좋았어요. 커피. 리필도 되고...
맛있게 먹고 나서 계산을 하니 점원분께서 쿠폰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가지고 싶었으나... 분명 저는 15개를 다 모으지 못 할 것이므로 친구에게 넘겼습니다.
친구야, 다 모으면 꼭 나 줘야되에?!+_+
바나나그릴은 한남동 5가 독서당길 초입길에 있습니다. 순천향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나오면 버스를 타러 가게 되는데 그 큰 사거리 건너편에 위치해있지요.
자꾸 지도 올리는데 오류가 나네요. 이번에도 캡쳐로 대신... 티스토리, 왜 이래요?
가시는 길에 대한 약도입니다. 저희는 한강진역 2번 출구로 나와 쭈욱 걸어서(중간에 한 번 큰 사거리가 나오면 우측으로 꺾구요) 한남동 5거리까지 간 다음, 좌측 횡된보도로 건너서 독서당길로 갔습니다.
독서당길은 (친구의 말에 따르면 로맨틱한, 제가 볼 땐 사랑 이야기가 없으므로 로망인)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에 합격하면 매우 즐거워하던 공간이라 독서당길이라 불린다더군요. 당연히 걷던 길도 그 길의 의미를 알면, 참 재미있어집니다.
친구 덕에 또 하나의 맛난 버거를 경험해보아 기뻤습니다. 이 친구 덕에 이곳 저곳의 버거집을 가보았는데요. 앞으로 그 친구와 함께 경험한 버거집과 제가 찾은 버거집들을 하나하나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일주일에 하나씩만 소개해도 한 분기 이상은 글 소재에 대한 걱정이 없겠군요! 후후후!
바나나그릴은 달콤하고 촉촉한 빵과 패티, 그리고 야채들이 잘 어우러진 맛을 나타냅니다. 더불어 커피와 잘 어울린다는 점도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저렴한 가격 역시 만족스러워(요즘의 수제버거집들은 초기보다 대부분 저렴한 가격이라 정말 좋습니다!) 다소 지리적인 불편함이 있지만-제 입장에서는- 한번쯤 가볼만 한 곳 같습니다.
블로그 방문해주시고, 글 찬찬히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쓴 글을 함께 즐겨주신다면 저에겐 정말 큰 기쁨이 될거예요^^
더불어 덧글로 함께 마음을 나누어 주시길 감히 바라여보며, 이번 글도 마칩니다.
혹시 추천하시는 수제버거집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버거 매니아 제 친구와 꼭 다녀와보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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