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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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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1. 00:13 오롯/방송 즐기기

 SBS에서는 이미 고정시청자들을 확보하고 클라이막스로 내달리고 있는 자이언트가 있고...
 KBS에서는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매리는 외박중이 흔히 말하는 20대에서 30대 시청자들을 어느정도 이끌고 가고 있군요.



 그 와중에 역전의 여왕은 지상파 3사 동일 시간대 드라마 중에서 2위에 머물러 나름 선방하고 있다곤 하지만, 시청률만으로보면 10% 남짓 시청률을 오가며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물론 요근래 여러가지 미디어의 변화로 10% 시청률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체 시청률 10위권 내에 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점은 TV 시청자가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 아니라, TV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화되어 구태여 TV 앞에 앉아서 방송을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불만은 현재 시청률을 집계 중인 각 시청률 집계 관련 회사들이 이러한 미디어 현실을 반영한 시청률 집계에 대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러한 점은 시청률이라는 수치가 여전히 사람들로 하여금 TV 프로그램을 선택하는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적지 않은 메리트를 가지고 있음을 생각할때에 시청률 집계 관련 회사들의 직무 유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들은 시청률 집계를 통해서 현 트랜드에 기여를 하기보단, 돈을 버는 정도의 수준에 있다는 느낌. 대부분의 유사한 회사들이 그러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에 대한 불만은 다음 기회에 길게 풀어볼까 하고...



 아무튼 역전의 여왕이 어제(11월 29일)가 13화였습니다.
 아직 한 10화 했나? 싶었는데, 어느새 13화라니...

 이때쯤 되면 시청률도 10% 중반대까지 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체 시청률은 10% 근방, 수도권 시청율은 12% 정도이니... 시청률 순위로 보면 마냥 아쉽지는 않지만(전체 10위권 내), 더군다나 글 초반에도 언급을 했듯 SBS, KBS에서 각각 상당히 색깔이 다른 작품들로 승부를 걸고 있으니 결코 깎아내릴 성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열심히 본방사수 중인 1인으로서 (한 1/2은 본방 사수인데, 이만하면 정말 스스로가 선방 중이라고 생각중입니다.) 조금은 아쉬운 성적입니다.



 그간 빨간 립스틱의 악역이었던 하유미 분의 한상무는 분홍 립스틱으로 바꾸며 조금씩 불쌍한 여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김남주 분의 황태희는 (커리어시절에 비해) 개과천선 아줌마에서, 사랑에 분노하며 내비치는 예전 모습들과, 개과천선이 준 따스함과 동시에, 생각지도 못한 백기사의 등장에 어리버리한 면모까지 내비치며 재미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고...

 정준호 분의 봉준수는 무능한게 아닌, 처량한 이시대 남편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늘 여성을 이끄는 마력의 캐릭터를 보여준 박시후 분의 구용식은 루즈한 듯 매력적인 캐릭터로 죽지 않은 마력을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언제부턴가 얄밉지만 좀 불쌍한 역할을 전담해가며 진화 중인 채정안 분의 백여진은 스토리 진행상 불쌍한 듯 싶다가도 어쨌든 주인공들에게 갈등을 일으키는 역할을 전담하다가 불쌍한 여인이 되어가는 하유미와 함께 불쌍해지는 단계를 밟아가며 극에서 자신의 위치를 잡고 있으며...

 쫌 많이 찌질하지만 안타까운 김창환 분의 목 부장님은 어쨌든 시청률의 비장의 키를 가지고 팀 내에서 순항 중이십니다.



 시청률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 10회 근방에서 목 부장님 이야기가 크게 터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목 부장님은 그저 변두리를 맴도는 것 같아 가장 아쉬웠는데...
 생각해보니 역전의 여왕은 아직까지 특별한 카운터 펀치가 없었군요.



 모든 드라마에 카운터 펀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많은 직장인들과 꿈을 포기한 또는 꿈을 위해 삶을 포기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역전의 여왕이 진짜 역전을 위해서 가질만한 시청률 반등의 기회는 꾸준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한 방의 카운터 펀치라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코 부족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로 꾸준히 즐거움을 준 역전의 여왕이지만, (단순히 자극적인 것과는 다른) 이야기 전개 상에서의 카운터 펀치가 터지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시청하는 입장이 아니라 시청률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카운터 펀치, 카운터 펀치 이야기하다보니 대체 뭐가 카운터 펀치냐? 라는 이야기를 들을 거 같기도 해서 조금 적어보자면...

 사실 지금으로서 가장 큰 카운터 펀치는 목 부장님의 건강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직장인 판타지일 줄 알았던 역전의 여왕은 캐릭터들에 대한 공감대를 늘리기 위한 판단에서인지 극 전개가 '스물스물 위기가 시작되는 느낌이 날듯 하면, 얼른 해결' 방식의 전개를 이끌어가며 모범적인 형식으로 극을 이끌고 있는데요. (그만큼 극에서 매회마다 나름의 에피소드들을 가졌다는 장점은 있지만요. 실은 그래서 저도 재미났고...) 그 와중에 여전히 터지지 않은 큰 건은 바로 목 부장님의 건강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전개가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는, 지금으로서는 목 부장님의 건강 문제가 가장 상투적이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기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기점들도 많았던거 같은데, 생각보다 참 스무스하게 문제들을 풀어나가더군요. 



 역전의 여왕은 애초부터 여성보다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황태희가 주연인 관계로, 더군다나 착한 극전계로, 구용식의 애정공세를 어느정도 차단시켜놓은 상태입니다.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만으로 흘러가지 않기에, 더불어 황태희-봉준수-백여진의 애정구도가 상당히 미묘하게만 흘러간 관계로(덜 자극적이라는 뜻,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점은 저로서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구용식의 황태희에 대한 감정은 사랑이라고 하기엔 설익은 느낌을 주는(저는 사실 이점도 마음에 듭니다!!!+_+)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아마도 극 막판까지도 구용식과 백여진은 캐릭터 상으로는 매력있지만, 관계적으로는 황태희-봉준수의 변두리에 선 캐릭터가 될 것 같은 확신이 조금씩 들고 있습니다.

 이점은 사실 역전의 여왕이 애초에 갈등을 너무 크게 증폭시키지 않은 착한 이야기 전개를 보였다는 점에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전개는 (인물들의 갈등 해결 방법에 있어서) 상당히 현실적이기도 하지요. 

 사실 이러한 점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널 부셔버릴꺼야."라든가, "널 가져버리겠어." 같은 대사 따위가 안 나오니 이렇게 속편할 수가...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 자이언트 같은 통속극을 밀어낼 수 있는 힘이 부족해져버렸습니다.
 이러한 착하고 모범적인 전개에서 그나마 극에 매력을 줄 수 있는 것은 (판타지를 살릴 수 있는) 뭔가 기발한 사건 해결들인데, 재고화장품 팔기, 홈쇼핑 상품 판매 경쟁 등의 드라마상의 서브 미션에서 (적어도 저에게는) 상당히 획기적이지 않고 밋밋한 사건 해결로 드라마의 맛을 더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신이 화장품을 전부 사겠다는 구용식도, 갑작스러운 모델의 펑크와 진행자의 교체가 이루어진 홈쇼핑 판매 경쟁 사건에서의 해결 흐름도, 극의 전개만큼이나 모범적이 되면서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하나의 사건일뿐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사건들은 결국 인물들의 갈등 해결 과정에서 극의 흐름을 뒷받침하는 일개 사건일 뿐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에서의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점은 역전의 여왕이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직장인 애환 드라마라는 점, 그리고 그러한 애환을 판타지로 풀어나가길 바라였던 저의 소망에서 비롯된 아쉬움일 뿐입니다만^^:)

 아, 여기서 판타지라는 것은, 아바타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에서 쉽게 이루어질수는 없지만,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한번쯤 '잘 풀리길 바라여 본', 그리고 '상당히 기발하고 새롭게 잘 풀려버린' 이야기들을 이야기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점은 사실 드라마 보는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되었지만...
 오늘(11월 30일)이면 14화라는 점에서 저를 정말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차라리 찾아보는게 아니었는데. 괜히 검색해보다가 오늘이 14화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이와중에 사표 던지고, 복직하고, 새로운 팀을 꾸리는 다양한 변화 속에서 뭔가 시청자들을 더 끌어드릴 수 있는 유인물(attractive)이 부족했다는 점은 '시청률이 잘 나오길 바라는' 제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전체의 3/5가 넘어버린 전개에서, 슬슬 시청자들이 고정되어가는 시점에서 이정도 시청률이면... 사실 이후 반전은 다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자이언트의 자이언트급 횟수 늘리기를 통해서 (마치 동이 연장을 복수하기라도 하듯) 새로운 시청자 끌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아주 개인적으론 만족스럽게 보고 있으나, 시청률 측면에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금까지의 전개를 보면 남은 6회가 정말 스피디하게 전개되더라도 뭔가 새로운 사건들을 더 터뜨리긴 어려울 것 같고, 이제 슬슬 갈등들이 봉합되어가는 방향일터인데... 그렇다면 남은 극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한발 늦은 구용식의 애정 표현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고, 한상무의 안타까운 사연, 황태희-봉준수의 관계 해결, (그리고 당연히 나올 줄 알았는데 이제는 당연해져서 가뜩이나 복잡미묘한 관계 사이에 넣을 틈이 없어서 빼버린듯한) 워킹맘의 애환, 어떻게 해결날 지 궁금한 백여진의 궁상 탈출기(어째 백여진은 갈수록 궁상녀가 되어갑니다. 봉준수가 정말 백여진의 모든 애정공세를 단호하게 걷어차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구용식이랑 이어주진 않겠죠. 이미 늦었습니다. 훗. 원하지도 않았구요.), 특별기획팀의 복직문제, 그와 함께 구용식의 개인사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목 부장님 건강 문제 등이 이제 슬슬 맺어가겠군요. 

 서브로 비서와 박복한 유경 씨의 관계(차라리 좀 더 일찍 사귀지. 보는 재미 꽤 있을거 같았는데!), (이미 이야기 상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지만) 황태희-봉준수 두 집안 부모님의 관계 봉합 등의 이벤트가 예상되어지고 있습니다.



 글을 보면 드라마가 뭔가 답답한 듯 느껴져서 쓴 거 같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 '보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신경 쓰는 촘 착한(?) 시청자인' 저로서는 시청률이 못내 마음에 걸려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초반의 안타까운 상황 전개로 (구조조정이 몇 회나 다루어지며) 직장인들에게 공감과 동시에 애환을 주던 전개의 해결책이 예상외로 쉽게 주어지지 않는군요.

 마치 요근래 이런 비슷한 느낌을 준 드라마였던 파스타의 전개를 닮은 듯하지만, 파스타가 가졌던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는 달리 상당히 복잡한 관계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관계로, 파스타처럼 담백하게 극을 이끌어가기엔 20부작으로는 부족한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금 더 완급조절이 잘 되었더라면 하는 바람을 괜시리 가져보게 됩니다.



 아, 근데 이렇게 안타까워는 하는데... 저는 지금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훗훗훗...



 그렇다면 구태여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하니...
 1. 일주일에 하나쯤은 장문의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블로거로서의 강박과
 2. 그 강박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하나의 포스팅이 미루어지고 있고
 3. 그 와중에 그 포스팅 해결하러 들어온 인터넷에서 역전의 여왕이 어느새 14화라는 사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정말 빠릅니다. 허허허.



 그냥, 이 글 재미있게 보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보며...
 오늘 긴긴 글은 이쯤에서 마칠까 해봅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어요.
 마음은 더 따뜻하게...!
 아시죠?^_^



 -



 잠까안!
 위의 글은 14화를 보기 전에 정기 포스팅용(일주일에 한 개는 포스팅하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으로 쓴 글이었는데...

 14화를 보고난 지금, 이 드라마가 기특한 마음일 뿐입니다.
 우후후, 작가님이 정말 정리 잘 하셨어요.

 왠지 비어보이던 이야기 전개들이, 꽤나 매력적으로 뭉쳐지면서 빈틈을 메웠네요.

 14화, 100점 만점에 90점 드릴게요!

 남은 6화로 남은 10점도 찾아가세요! ㅎㅎㅎ


posted by soulian
2010. 11. 2. 23:17 오롯/방송 즐기기

 얼마 전 회사일에 힘들어하는 형이, 드라마 보면서 기분전환하고 싶다길래 추천해주었던 드라마입니다.
 저도 보진 않은 상태에서 그냥 평가 훑어보고 추천해주었는데, 정작 그 형은 '즐거운 나의 집'을 보고 있고, '역전의 여왕'은 일단 제가 봐야 추천도 잘해줄 것 같아서 보기 시작해서 내가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둘 다 MBC군요. 사랑해요. 마봉춘!

 사실 그렇더군요. 처음 4회 보고나니, 예상외로 나오지 않는 시청률의 이유가 보이더군요. 아는 형이 '즐거운 나의 집'을 보기 시작한 게 잘했다 싶기도 하고...
 무려 김남주+정준호 조합에, 지금껏 조연으로 제 몫 못해낸 적이 없는 채정안이랑 박시후까지. 배우진은 물론이요. 감독과 작가진 역시 지금껏 늘 예상 이상의 홈런을 쳐낸 이들이니... 10%도 안 되는 시청률은 단순히 자이언트와 성균관 스캔들의 선전만으로는 설명하기 아쉽습니다. 

 때때로 현실 사회를 잘 다루었다고 호평 받는 작품들이 상당한 대중의 외면을 받으며 그대로 퇴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바라는 점을 잘 나타내는 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힘든 가운데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을 보고 동병상련을 느끼고 위로를 얻기도 하지만...
 그 힘듦이라는게 정말 팍팍한 일이라면, 현실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지켜보는 것은 정말 고욕입니다. 
 오늘까지도 퇴직 권고를 받는 사람이 드라마에서도 퇴직권고에 무기력한 주인공의 일상을 보게되면 과연 그 사람은 주인공에 공감하며 빠져들까요? 드라마에서라도 퇴직 권고의 현실을 벗어나고자 할까요?
 지난 4회의 '역전의 여왕'은 흔히 말하는 현실, 바로 역전 이전의 모습을 너무나도 팍팍하게 다루었습니다.
 사실 그런 가운데, 맥아리 없는 주인공들만 보기엔 TV 시청률의 주된 타겟인 중년층과 그외의 나이대에서도 드라마를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겠지요. 더군다나 그런 팍팍함을 이런 아픔은 겪어본 적도 없는 이들이 애써 볼 필요가 없구요.
 그러나 팍팍한 현실 같은 상황이 드라마에서 역전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과연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역전이 될까요?
 역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11월 1일 방송에서 시청률은 10.5(AG넬슨), 8.5(TNmS)으로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줄거리

 잘나가던 커리어우먼이었던 황태희(김남주)는 꿈에 그리던 이상형의 남자인 신입사원 봉준수(정준호)에게 첫눈에 반해 갖은 노력 끝에 결혼에 골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혼은 황태희를 여지껏 돌보아주던 상사인 한 상무(하유미)에게 실망과 분노를 일으키고, 분노에 찬 한 상무와 봉준수의 전 여자친구이자 황태희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던 백여진(채정안)의 협공에 황태희는 회사를 나오게 됩니다.
 커리어우먼의 단맛을 제대로 본 황태희, 어찌 거기서 물러서랴. 이곳저곳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 그러나 한 상무의 무시할 수 없는 능력으로 인해 재취업을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안착!
 그러나 이렇게 나름대로 대충 수습되어 평화롭게 끝날 것 같았던 이야기는 봉준수의 권고퇴직(희망퇴직이라는 이름은 아무리 봐도 잔인하지 않나요? 희망하지도 않았고, 희망도 없는 퇴직인데 말이야.)을 권유받으면서 계기로 새로운 고비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새롭게 등장한 다크호스 구용식(박시후). 구용식은 황태희와 봉준수가 몸담고 있던 퀸즈 그룹 회장의 서자로, 과거 봉준수의 군대 후임이기도 합니다. 봉준수에게 참 예쁨(?)받다 못해 모진 수모를 당한 과거에 구용식에게 봉준수는 당연히 아웃 오브 회사임에 틀림 없는데, 그 와중에 구용식과 황태희가 꼬여 버린다. 봉준수의 흑장미로 등장한 황태희에게 잔소리 한 번 거하게 들은 구용식은 정신은 좀 챙기는 동시에 어이는 좀 잃어버린 상태로 황태희를 (만나면 왠지 캥겨서 숨는 방식일지라도) 관심의 대상으로 두게 됩니다.
 아무튼 결국 봉준수는 권고퇴직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황태희는 회사로 돌아가게 됩니다. 황태희는 권고퇴직으로 인한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와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블라인드 공모전에 당당하게 입상하여 퀸즈로 다시금 입성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죠. 눈을 부릅뜨고 립스틱 짙게 바른 한 상무가 회사 로비에서부터 구두경고를 날리고 있으니...

 줄거리는 이쯤 진행되고 있는데...
 이제 드디어, 일개 회사원의 고군분투가 제대로 펼쳐질 것이 눈 앞에 보이지 않습니까?

 드디어 팍팍한 현실을 비추는 것을 넘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만한 커리어우먼의 재도약을 통해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킬만한 부분들을 채워나갈 것 같습니다. 인내의 열매는 달다던데. 쓴 인내를 4회나 풀어놓아 그만큼 기존 시청자와 '귀로 들어온' 예비 시청자들의 마음을 감정이입시켜놓고 제대로 한 판 벌려보겠다는 의도가 물씬물씬 풍겨져 옵니다.



 이 드라마는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히 몇 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절대악과 기구한 사연의 충돌


 극 중의 한 상무는 틀림없는 악역입니다. 권고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임원진 앞에서 '기혼녀들을 먼저 자르는 방향'을 여자의 몸으로 설명하며, '내 힘이면 안 될 것 없어'의 무소불위 권력형에, 회장 사모님의 더러운 일들에 대한 시중까지 고고하게 해내는, 틀림없는 악역이다. 그녀의 붉은 립스틱을 볼때마다 전 움찔움찔 하게 됩니다!
 그 반면, 사랑하나 제대로 믿은 순수한 여자 황태희와, 서자 출신의 섹시남-늘 그렇듯 허술한듯 든든한 구용식이 아마도 파트너쉽을 이루어 한 상무와 격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상무의 권력은 구용식의 빈약하지만 확고한 권력으로 맞붙어질 것 같고, 한 상무의 악행은 황태희의 캔디형 노력으로 맞불이 놓아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형적이지만, 늘 매력적인 소재가 아닌가요?



 2. 눈물샘을 예고하는 밑밥작업


 봉준수의 상사인, 평생을 직장에 몸바쳐온 기러기 아빠이지만 권고퇴직을 권유받은(줄여서, 불쌍한) 김창환 분의 간암 소식은 물론이요. 이런저런 기구한 사연들이 이미 5회만에 정리가 되고 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눈물샘들은 '알고보니 내 아들' '알고보니 내 동생' '알고보니 막장'에서의 눈물샘들과는 다른, 분명히 순수한 타입의 눈물샘들입니다.
 지난 4회 동안의 아픔들이 보기 거부감 느껴질만큼 찌르는 아픔들이었다면, 이제 앞으로의 아픔들은 시청자들이 함께 공감하며 울 수 있는 아픔들이 될 것 같습니다.
 그 4회와 앞으로의 가장 큰 차이는,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그런 아픔에 맞설수 있는 황태희의 행보가 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더는 세상 탓을 하는게 아니라, 이제는 내 힘으로 일어선다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3. 캐릭터의 강점


 김남주는 늘 평타 이상을 칩니다. 도도한 커리어우먼은 물론이요. 결혼 이후에는 유부녀로서 누구보다 색다른 매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편안한 듯 결코 쉽지는 않은 눈매는 그녀의 결혼 이후로 생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정준호는 흔히 말하는 흥행을 위한 작품에서 가장 어울리는 이점들을 지녔습니다. 사실 예술성이라는 이름하에 정준호는 가장 저평가되는 배우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역활은 가장 현실적인, 그리고 다소 소시민적인 역할이다. 멋진 마스크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할수도 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둘은, 파트너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데. 현 상황까지 보아서 역시나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하모니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박시후는 이미 서변앓이로 알 수 있듯, 여성의 모성본능 자극은 물론이요. 캐릭터에 있어서 최근 트랜드에 알맞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오늘 5회에서 박시후는 서변앓이를 능가할 수 있는(이번엔 타겟이 중년층 여성까지 늘어난다) 매력을 발산해버렸습니다. 발동이 좀 늦다 싶더니, 단 한 편으로 사람 놀라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요. 이런걸 바로 포텐이 터졌다고 하던가요?
 채정안은 지난 몇 편의 드라마에서, 서브 주인공으로서 드라마를 매우 잘 받치고 있음이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김남주+정준호 조합의 캐릭터 중년화를 박시후와 함께 채정안이 적절히 끌어내려서 트랜디함을 살렸습니다. 채정안은 늘 드라마에서 드라마의 캐릭터들을 잘 중화시켜주는 듯 합니다.
 이런 네 배우가 모였는데, 그들의 배역들마저도 진부할지언정 질리지는 않을 캐릭터들로 중무장시켰으니, 적어도 캐릭터 문제로 드라마가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4. 늘 사람들을 모으는 '사람 사는 이야기'


 물론 사극도, 영웅극도 좋지만. 결국 최근의 시청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사람 사는 이야기로 공감을 사는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의 팍팍한 삶이 그 사람 사는 이야기를 극도의 막장으로 바꾸어 정말 말초적인 자극들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꼬고 또 꼬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역전의 여왕은 드라마에 막장을 섞는 대신 판타지를 섞었습니다. 그것도 늘 먹지만 맛난 비빔밥처럼, 너무도 맛나게.



 5. 현실에 대한 판타지가 여는 통쾌함

 요근래 많은 중년 시청자들은 더이상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는 드라마를 흥미롭지 않아할 뿐더러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삶이 퍽퍽해졌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덕분에 현실도피와 말초적 자극을 주는 소위 '막장'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현실을 다룬 드라마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판타지를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사실 거의 본 적이 없지만) 제작진의 전 작인 내조의 여왕 역시 그런 점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지요. 현실의 아픔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이야기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큰 기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대중은 더는 섹검과 떡검들을 비꼬고 풍자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그들의 굴욕을 보면서 사람들은 더 통쾌해할 수 있고, 권력가들의 더러운 권모술수를 밝히는데 만족하지 않고 그들의 응징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지난 몇 년간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습니다.

 비록 이러한 조금 더 강력한 주제는 아닐지라도, 일상과 마주 닿은 회사에서의 판타지는 오히려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사는, 여지껏도 그래왔고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러할 소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껏 잘 버무려져온 역전에 여왕에서 부족했던 바로 그 역전의 판타지가 열리면서 슬슬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 잡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끝마치며

 요근래 들어 시청률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은, 이제 더이상 첫회 시청률이 드라마의 인기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드라마의 시청률이 초반부에 정체기를 겪다가 타 드라마가 끝나면서 생기는 이탈시청자들을 흡수해서 자신의 시청률로 만듭니다. 더이상 시청자들은 중간에 드라마에 합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전의 여왕의 현재 시청률 문제는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지금까지의 팍팍한 삶의 나열이 끝이나고, 드디어 극이 '역전'하는 순간에, 마침 자이언트와 성균관 스캔들은 거의 마지막회를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때입니다. 이제 역전의 여왕은 말그대로 역전을 위해 한 발만 먼저 앞서면 됩니다. 

 지금까지의 지표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전은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MBC 드라마의 총체적인 난국이 너무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적어도 역전의 여왕이 MBC 입장에서도 잠시라도 쉬는 숨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발, MBC 드라마국 여러분 전열 가다듬고 조금만 더 힘내주셨으면 합니다. MBC를 버릴 수 없는 한 사람이 뒤에서 늘 응원 중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가 나만이 아닌 것 또한 분명합니다.



 soulian은 당신의 소중한 진심이 담긴 댓글을 늘 기다립니다^^
posted by sou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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