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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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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27. 19:15 오롯/방송 즐기기

 하아,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많은 기대와 불안 속에 출발한 MBC 나는 가수다가 방영 시작 한 달만에 한 달간의 휴지기에 들어가는군요. 말이 휴지기지, 사실상 새로운 밥상을 차려서 나와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여전히 인터넷 상에는 아직도 김영희 피디와 김건모 씨, 김제동 씨와 이소라 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존재하는군요. 심지어는 '정의를 무엇인가'를 들먹이며 마치 자신이 정의의 사도인냥 '싸지르는' 글들을 남기는 사람들도 존재하는군요. 그 정도 정의감 넘치는 사람들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 세상이 지금 이지경(이라고 말했다고 지금 세상이 뭔가 아주 더럽고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은 아닐텐데 말입니다.

 지난주군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나는 가수다'의 첫 탈락자가 결정되는 날로, 종일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니 인터넷이 한바탕 난리가 났더군요. 이미 카톡으로 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대충 듣기는 했지만...
 '나는 가수다'가 어느새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무참하게 깨버린, 그렇게 세상이 원칙과 소신은 더럽혀지고 부조리와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인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되어 무차별 포화를 맞고 있었고, 출연자 중의 일부가 정신병자인양 폭탄 비난세례를 받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나는 가수다 방영 소식 이후 있어온 일들(일련의 사태)을 나름대로 재구성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입니다.





 쌀집 아저씨 김영희 피디가 정성껏 차린 정직한 밥상, 날 것이 오르다.
 처음 '나는 가수다'의 방영 소식이 정해졌을 무렵의 넷 상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었습니다.

 "그런 대단한 가수들을 줄세우기 한다는게 말이 되냐?"
 "하다하다 그런 가수들도 오디션이냐? 오디션 열풍이냐?"

 몇몇 기자와 늘 자극적인 글을 써대는 블로거들로 인해, 더불어 악플러라고 표현될만한 뜻은 충분히 알겠으나 말이 '그따구'인 네티즌들에 의해서 선기가 잡힌 넷 상 공간은 '나는 가수다'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집중포화를 맞게 됩니다.

 그게 '나는 가수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가수다'는 과연 그렇게 시작부터 욕 먹었어야 할 프로그램이었을까요?

 혹자는 그마저도 관심의 표현이라고 하지만... 지 자식도 잘 되라고 때린다는게 폭력 양육이라면, 그와 다른게 과연 무엇인가 싶습니다(관심의 표현을 말하는 이들 중에 몇이나 자기가 맞고 자라면 참고 견딜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나는 가수다'는 그런 자극적인 관심으로 방송을 알립니다. 물론 그러한 출발은 사실 '나는 가수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자 핸디캡이었습니다. 애초에 그들을 모아놓고 서바이벌한다는 게 어쩌면 그 프로그램의 주요시청자인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는 것이 이미 네티즌 반응으로 드러났지요. 물론 저는 정말 그 네티즌들이 모두 예술을 사랑하고 그 가수들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탈락하진 않을까 전전긍긍해하며 촉각을 세우는건 예사요, 믿을만한 정보통을 두고 이미 사전정보를 전해듣고 안심하거나 분개하곤 하는 모습도 제가 봐온 모습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이 방송에 그러한 논란이 관심에 의한 것은 분명한 것임을 그 시청률로 보여주었습니다. 무려 10% 가까운 시청률로 등장해서 10%를 넘기기 까지 했으니까 말입니다. 

 분명 '준비된 방송'이었습니다. 모인 가수들은 (비록 누가 누구보다 낫니? 누구는 낄만한 자격이 안 되느니? 말이 많았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각자의 매력과 각각의 호감도, 인지도층이 존재하는 가수들이었습니다. 박정현을 필두로 한동안 케이블 음악 방송을 제외하곤 방송 상으론 거의 만날 수 없었던 가수들이 참여했으며, 백지영을 비롯한 인지도로 결코 빠지지 않는 가수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런 방송의 준비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잠시만 생각해봐도...


 거기다 이소라 진행 및 참여. 비록 지금 이소라씨가 대단히 까이고 있지만 예전 이소라의 프로포즈 때도 그렇고 또 라디오 방송으로도, 그리고 공연에서도 그녀만의 능력은 충분히 검증된 상태. 그런 그녀를 어떻게 끌고 오고 어떻게 끌고 가는가가 중요한 문제였지만, 어찌 되었건 그녀가 발을 담근 것만으로도 이 방송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는 분명해보입니다.

 김영희 피디는 지금껏 MBC에서 공익적인 프로그램을 이끌고 왔으며, 성공도 해왔고, 성공하지 못하였어도 이끌고 왔던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지금껏 일밤의 고전에서 느낀 것은 아마도 리얼버라이어티만으로 일밤을 되살리기에는 이미 흐름상 늦었다는 것이었을겁니다. 사실 리얼버라이어티만큼 솔직하지만 또 머리 써서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리얼에 목을 매서만도 안되고(사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 반대로 리얼하지 않으면 또 안 됩니다. 그런 와중에 아예 발상의 전환,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곤 하지 못하겠지만 어찌 되었건 대세인 리얼버라이어티를 한 번 더 비틀어 준비해보고자 했던 방송이 지금이 '나는 가수다'로 보입니다.

 분명 반응도 좋았습니다.
 어찌 되었건 엄청난 화제를 끌어내었고 시청률도 만족할만 했으며, 그만큼의 피드백이 존재했습니다. 제 주변에 평소에 방송을 안 보던 분들도 이 방송 이야기를 먼저 꺼내올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김영희 피디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나 했습니다.

 그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가수들의 실제 모습 사이에서, (지금까지의 일반 리얼 버라이어티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실수인) 민감한 날 것을 꺼내었습니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사실 진정한 날 것이 아닙니다. 날 것에서 피디와 제작자의 가공을 거치고 나온 날 것에서 꺼낸 또 다른 제품입니다. 그 안에는 내용 상의 설득력이 존재해야 하며 또한 시청자들의 납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주 방송에서 김영희 피디가 보여준 편집은, 정말 이 사람이 '아... 시청자들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납득할거야. 이 모습을 보면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생각해주겠지?'라는 생각으로 정말 날 것을 내던져 놓은 편집이랄것도 없는 편집이었습니다.

 다른 가수들과 연예인들이 김건모의 탈락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사실 김건모만이어서 그런 반응이 나왔을까요?), 그 가운데 몇몇 이들은 울고 촬영 중단을 요구하고(정말 방송에서 이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정말 그런 요구들이 잘못된 요구였습니까?), 갑자기 룰을 깨고(룰을 깨느냐 룰을 바꾸느냐 룰을 계선하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전 사실 개선의 시작점이라고 방점을 찍고 싶지만) 하는 모습을 정말 날 것으로 끄집어내놓은 편집은 사실 방송에서 용납될 수 없는 편집입니다. 모두가 함께 보는 방송이라면 일부만 이해하게 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알 수 있도록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게 기본적으로 대중방송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영희 피디는 그런 기본적인 룰을 편집에서 어겼고, 결국 방송 참가자들이 엄청난 역풍을 맞고 또 자기 자신도 자신이 정말 정성껏 꾸린 밥상으로 욕을 먹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는 방송 외적으로 신경 쓸 것이 많았던, 그리고 탈락 문제에 대해 너무나 민감한 네티즌들의 반응에 떠밀리듯 이루어진 편집이라는 생각이 저의 생각이지만, 어찌되었건 김영희 피디는 밥상에 날 것을 올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맙니다.





 보수를 받기 위해 방송에 재를 뿌리는 기자들, 월척을 낚다.  
 그 와중에 몇몇 인터넷 매체와 블로거들은 연일 민감한 제목과 내용의 글들로 인터넷 상을 호도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을 보는건 잘못이라는건 고사성어에서의 교훈일 뿐이고, 손가락에 묻은 때를 보고 거의 방송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저력을 보입니다.

 시작 전부터 되지도 않는 가수들의 기살리기글(그들은 그런데 나올 급이 아니다)로 방송을 말아먹을 기미를 보이더니 방송 족족 까기 시작하던 방송은 결국 지난주를 기점으로 엄청난 포화를 맞습니다. 덕분에 기자들은(그들을 기자라고 말하기도 아깝지만) 그리고 몇몇 블로거들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며 방송을 함께 욕해주는 이들과 자신의 기사에 끄덕여주는 이들과 동시에 클릭당 보수를 받아챙겼겠지요. 

 방송에 대한 고민 없이. 플롯과 행간을 잃는 기본적인 고찰도 없이. 네티즌들의 (그것도 몇몇 악플러들의 더러운 댓글들을 포함해서) 반응을 옮겨적고 송고를 하고 그대로 입을 닫았습니다.

 아무도 그 방송이 의미하는 바, 생각해보아야 하는바 따위는 생각지 않아보이는 것 같습니다. 몇몇 기자들과 블로거들이 자중을 요하는 글을 올렸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기자들은 김영희 피디가 내놓은 날 것을 월척인 낚시감으로 여기고 낚아 이리 볶고 저리 볶아 내놓습니다. 그리고 논란은 커져만 갑니다.




 밥상 엎기 전문가들, 다 같은 네티즌이라고 하지 말아줄래?  
 하아, '나는 가수다'를 보고 '정의는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네티즌의 댓글은 정말 실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뭐라고 생각하기도 싫어지더군요.

 대체 방송에서 정의가 어떻게 하면 구현이 되고 어떻게 하면 사라지는지... 그 사람은 정말 정의롭게 살고 있는지, 정말 정의를 고민해봤는지. 살면서 얼마나 정의를 실천하고 얼마나 정의를 위해 자신을 만들어보았는지. 

 근데 우습게도 그들의 의견만이 부각됩니다. 그 의견을 피드백 삼은 다른 네티즌들은 (10% 시청률이라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인터넷 반응으로 방송 전반을 초토화시킵니다.

 그런데 그러한 경우 가운데에는 한 네티즌(이라고 쓰고 개객끼라고 읽는다)의 결정적인 제보가 한 몫을 했습니다.

 옮겨보자면,
 "김건모가 탈락했으나 김건모의 불복으로 일주일 후에 재촬영이 이루어졌으며 그로 인해 박정현이 탈락했다."는 스포일링이었습니다.


 이 스포일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김건모가 탈락했으나 그가 불복한 것은 결코 아니며(날 것으로 내놓은 방송에서도 그가 불복한 것은 아님이 분명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 일주일 후에 재촬영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박정현의 탈락도 미리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 네티즌의 글을 아름아름 퍼져나가고 결국 '김건모 이 개객끼'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방송이 날 것을 내놓는 과오로 결국 김건모는 예정된 수순대로 탈락 이상의 수모를 당합니다.

 그리고 참 우습게도 그들이 내세운 '정의'는 그들의 입과 그들의 손으로 망가집니다. 결국 그들이 내놓은 것은 더 좋은 대안이 아닌, 한 방송의 막내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내놓은 것은 재창조가 아닌 파괴였습니다.
 재창조는 피디가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네티즌들은, 대체 의견이라는게 어떻게 순환되고 세상을 만드는 것인지 일초의 고민도 안 해본 사람들이겠지요.

 김건모의 재도전을 고작해야 자존심의 스크래치로 여기고, 이소라의 발언들을 고작해야 신경질로 밖에 해석하지 못하며, 김제동의 이야기를 고작해야 우유부단함으로 밖에 여기지 못하는 이들에겐 주말 버라이어티는 그냥 웃으며 자신의 기분 맞춰주면 좋아하는 방송으로 채우면 되는 일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정의. 그들은 정말 정의를 알고는 있는걸까요? 그들은 정말 정의로운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스포일러들이나 욕하시죠? 자신의 궁금증을 채워주는 불법에는 얼마든지 감사해하면서 그걸 재미삼아 즐기던 분들이, 대체 왜 그 방송에 자신의 순결이라도 짓밟힌 양 그 난리를 피우시는지들...

 옛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던, 술은 잘도 마시면서 수틀리면 밥상 엎는 그런 파렴치한은 아닌지요?
 키보드 워리어는 여전히 죽지 않았습니다. 그 타겟을 바꾸고 자신을 더 정당화하는 방법을 찾아 여전히 인터넷 상에 존재합니다. 때로는 그들은 인터넷 매체 기자가 되어 있고, 블로거가 되어있고, 또 댓글러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글을 쓰면서도 걱정되는건 이 글을 절대다수의 일반 네티즌들을 두고 쓰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그럼에도 그렇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을 제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디 정말 이 방송을 아끼고 그렇기에 실망했던 분들이 이 글을 보고 상처 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분명 저 역시 편집에 실망했고, 더 나은 방식의 방송이 되지 않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사실 안 쓰면 될 글을, 이 방송이 끝을 맺는 방식이 너무도 허탈하고 안타까워 글을 써봅니다.

 아무튼 한 키보드 워리어의 스포일링은 결국 일부 또 다른 키보드 워리어들을 각성시켜 정의를 빌미로 하나의 쓰레기 더미를 만들어내고 대다수의 순진한 네티즌들은 단시 '실망했을 뿐인' 와중에 그 쓰레기 더미의 일부만 보고 동조하며 그 쓰레기 더미 전체가 동조 받는 듯한 대중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MBC는 밥상을 치웠다.
 물론 아직 나는 가수다는 종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정비의 기회를 삼아 더 나은 방송을 만들겠다고 포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영희 피디의 밥상이 치워졌고, 그 밥상을 함께 준비한 이들은 상처를 받고 방치되어 버렸으며, 더 나아질 개선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불명예만 남겨버린 것입니다.

 그게 세상의 정의라면 할 말이 없구요.

 MBC는 결국 최악수지만, 차라리 시원한 답을 내립니다.

 신나게 까던 네티즌들의 포화 집중 대상인 김영희 피디를 경질시킵니다.
 그리고 신정수 피디라는 이미 쎄시봉으로 검증(?) 된 피디를 내세웁니다.


 방송이 가진 화제성과 목적은 '휴방'이라는 명목으로 이어갑니다. 하지만, 이미... 개인적으로는 지켜보아야 한다고 생각된 이 방송의 발전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생동감으로 바뀌어야 할 그들의 서바이벌이, 오히려 이제 고정된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질듯한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이리 움직이지도 저리 움직이지도 못 하는... 부디 그런 방송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후속 피디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도 한달이라는 기간동안에 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신정수 피디와 출연자들을 그리고 이 방송의 목적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선 제작에서 물러나는 김영희 피디의 푸쉬 또한 사실 내심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을 기다리며...



 '나는 가수다'는 정말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방송으로 끄집어 내며, 그 음악을 하는 이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이야기를 끄집어 내었습니다. 저는 이 방송이 계속 이어지고 또 좋은 반향을 일으키길 바랍니다.

 한 달의 휴재 기간동안 방송을 준비하는 이들도 더욱 의기투합해서 멋진 방송을 만들어주기 바라며, 이 방송을 기다려왔던 시청자들도 더욱 성숙한 귀와 머리로 이 방송을 대하여 보길 바라여 봅니다.

 이 방송의 다시 보기가 반드시 이루어져서, 이 방송이 주는 즐거움과 감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즐길 수 있길 바라여 봅니다.





 오늘 방송에서는 김범수 1위, 정엽 7위로 정엽은 하차를 결정해서 떠나는군요.


 정엽 씨, 좋은 노래 더 좋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길 바랍니다.



posted by soulian
2011. 2. 11. 00:42 오롯/마실 떠나기




 요즘 주말마다 강남역으로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오랫간만에 다녀보는 학원이라 즐겁게 수업을 듣고 있어요. 하지만 시간대가 애매한다다가(오후 6시 수업, 저녁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 강남역 쪽엔 잘 나가지 않았던 관계로 약속 잡기도 혼자 식사하기도 참 어렵더라구요.

 하지만 늘처럼 발품과 호기심, 그리고 나름대로 매의 눈으로 강남역의 식당가를 배회하곤 했답니다. 작은 백반 가게도 가보고, 샌드위치 같은 음식도 먹어보았으나, 마땅히 이 곳이다 싶은 곳은 없더라구요. 더군다나 혼자 식사를 하다보니 번화가 중의 번화가인 강남역 근처에서 이곳 한 번 가보고 싶다 싶어도 선뜻 발걸음이 향하지 않더라구요. 혼자 먹는게 창피한건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는 일은 왠지 모르게 가게 주인분들께 죄송하더라구요.

 사실 오늘 소개드릴 이 곳을 찾은 날도, 왠지 가게를 들어가기가 쑥쓰러워서 오래 전 받아둔 맥도날드 버거 + 감자튀김 쿠폰을 사용하려다가 그래도 밥을 먹어야지 하며 강남역 주변을 서성이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낙지 불고기 백반, 낙지 전골이 '2인 이상 가능'이 적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평소 낙지라면 눈을 두 번 동그랗게 뜨고 또 떠도 모자른 저는 당연히 슬금슬금 가게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향한 가게가 바로 오늘 소개시켜드리게 된 '뱃고동'입니다.




 다음로드뷰로 본 뱃고동 사진입니다. 보시다시피 부대찌개집 2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직접 찍은 사진으로 올려야 하나, 비루한 가운데 카메라를 들고 매장 앞에서 사진 찍는 일이 왠지 모르게 너무 쑥쓰러워 찍지 못하고 이렇게 다음 로드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먼저 이 집의 기본 메뉴가 적힌 메뉴판입니다.
 여느 낙지 전문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대입니다.
 밥이 1500원이라는게 조금 눈에 띄는데 이 가격이 볶음밥에도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쌀과 김치 모두가 국내산이네요. 요즘 왠만한 가게들은 김치는 중국산이 많더라구요. 가격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하지만, 그래도 국내산 김치를 쓰면 왠지 모르게 더 마음이 가더라구요. 
 물론 매운 음식을 먹는지라, 늘 김치에는 거의 먹질 않게 된다는 점이 아쉽지만 말입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오늘 이 곳을 소개드리게 된 이유인 점심 메뉴의 메뉴판을 보도록 할까요? 
 

 본의 아니게 두 컷 모두 제 손이 노출되었습니다.
 잘 찍어서 보여드린다는 욕심에 그만... 이해 부탁드립니다. 꾸벅.

 보시다시피 점심식사 메뉴는 낙지불고기/낙지전골의 경우 6500원, 오징어불고기/오징어전골의 경우 6000원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500원 차이인데, 저야 당연히 낙지불고기이지요!
 잠까안, 낙지불고기하면 왠지 소고기가 함께 들어 있을거 같은데... 아니라고 하네요. 낙지불고기란 메뉴를 보고 불고기하면 왠지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을 것 같아 "혹시 소고기가 들어가나요?"라는 질문에 뒤이어 "원산지가 어디인가요?"라고 물을 준비를 하고 있던 저에게 가게 점원분이 친절하게 말씀해주십니다. '불고기'란 낙지로 된 불고기를 뜻한다고 말입니다. 
 좀 쑥쓰러웠지만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마음 놓고 메뉴를 기다립니다.

 아참, 점심식사 메뉴의 제공시간 또한 놀랍습니다. 보통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제공하는 점심식사 메뉴가 뱃고동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더군다나 주말 포함 :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이 식사를 한 때는 모두 일요일이었습니다.) 제공이 됩니다. 낙지불고기 브런치, 한끼 하실래예?!


 

 기본 상차림이 상당히 후합니다. 묵 3조각과 미역무침, 동치미와 양파절임, 양배추 샐러드와 김치까지. 그리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밥 한 공기와 낙지불고기가 불판에 올라가 있어 낙지를 향한 제 마음을 솓구치게 합니다.


 

 막 불판에 올려진 낙지 사진입니다. 낙지 등의 해산물은 특히나 익기 전부터 익혀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1인분에 불판에서 익어가는 낙지불고기를 맛보다니요? 흐흑. 정말 감동입니다.
 (정말 감동하는 1인 외식 주의 선구자 soulian입니다.)


 

 요렇던 낙지가
 

 이렇게 잘 익었습니다.
 이제 먹는 일만 남았군요.
 



 낙지가 얼른 자기를 들어 입 속에 넣어달라고 손(다리?)을 번쩍 들고 있습니다.
 한 입에 꿀꺽.
 아, 이거 쓰다보니 얼른 또 먹고 싶어지네요.

 우선 낙지불고기는 6500원에서 맛볼 수 있는 여느 어느 집의 낙지백반보다 좋습니다.
 낙지의 양도 상당하고 더불어 야채의 양도 결코 부족함이 없습니다.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더불어 양념 맛도 무조건 맵지도 그렇다고 과하게 달지도 않아 적절하게 매콤달콤한 맛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더군요. 가격대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식사입니다.

 잘 익은 낙지와 야채 몇 조각을 함께 젓가락으로 들어 입 속에 넣으니, 6500원에 맛보는 행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제가 평소 즐겨먹는 김가네의 6500원짜리 낙지덮밥과 괜시리 비교를 해봅니다. 낙지의 양도 양이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밑반찬, 그리고 직접 불판에 올려 익혀먹는다는 즐거움이 감히 이 둘을 비교조차 못하게끔 만듭니다. 



 사진을 찍을만큼 찍었으니 이제 마음껏 즐길때가 되었습니다.
 근데 아차차...
 제가 처음 이 집에 방문했을때(이 사진들은 두 번째 방문시 찍은 사진), 정말 이 집에 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진으로 찍어 보여드리고 전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급한 마음이었던 나머지 사진으로 찍는 것을 잊고 말았습니다. 밥을 한 수저 떠 먹고 난 후에야 겨우 생각이...
 털썩...
 그래서 이전에 찍은 휴대폰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대체 무엇에 반할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하냐고요...?
 일단 사진으로 보시죠!


 

 아아, 님이 무엇이간데... 어우러진 이 자태로 저를 이리도 설레게 하십니까?
 1인분을 볶아주는 그런 가게, 동네마다 하나나 있을법할까요?
 (다소 흥분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꾸벅)

 네, 1인분만 주문해도 밥을 낙지불고기에 볶아 제공합니다.
 전 알지도 못했고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친절한 남자 점원분께서 "밥도 볶아드릴까요?" 하시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기본제공된 공기밥에 김과 약간의 양념을 추가하여 바로 볶아줍니다.

 1인분 주문으로 이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맛볼 수 있다니...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인분 주문 식사 시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특히나 손님이 많은 가게들의 경우 기본 2인석, 경우에 따라 4인석을 홀로 차지에 식사하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더불어 이렇게 볶아먹는 등의 준비에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음식들은 더더욱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물론 오후 4시쯤 손님이 다소 적을때 방문한 덕도 있을테지만 말이예요.
 5시쯤 되니 테이블이 안 쪽 몇 개 빼고는 거의 다 차더군요.



 열심히 쓰고나니 다시 맛보고 싶은 생각이 물씬 물씬 드네요.
 오늘 또 한 번 도전해볼까요...?
 


 

 위의 지도에서 보실 수 있다시피 위치는 강남역 7번 출구에서 나와 앞으로 쭈욱 직진하다가 시티극장이 보이면 오른쪽 골목으로 한 블럭 들어가서 다시 앞으로 직진하면 부대찌개집 2층으로 파란 뱃고동 간판이 보입니다.

 아참, 뱃고동은 압구정이 본점이고 이대, 홍대 등에도 매장이 있더군요.



 맛집, 정말 사람을 감동시키는 맛을 전해주는 곳이 맛집이라면...
 아마도 그 감동에는 정말 평생 맛보지 못했던 감동도 있다면, 또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동도 존재하겠지요. 
 제가 소개드리는 음식점들은 전자라고 말하기엔 제가 너무 부족해서 섣불리 맛집이라 말하긴 어렵더라도 적어도 후자로서의 감동을 전해주는 집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즐거이 저의 포스팅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일상의 감동을 전하는 맛집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posted by sou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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